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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애호에서 동물권 신장으로, 동심원 확장하기(7기/오인균)
  • 등록일 :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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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애호에서 동물권 신장으로, 동심원 확장하기


​서암 장학생 7기 오인균(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인간으로서 추구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가치를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고갈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영역에까지 퍼져나간다고 생각한다.” _ 최은영, <다름 아닌 자유>

 

봉사 활동을 계획할 당시, 한 방송국에서 사극을 촬영할 때 말을 학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있었습니다. 미디어 산업에서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만 문제가 아닙니다. 현행 헌법은 동물을 여전히 도구나 물건으로 간주합니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오래지만, 방역을 명목으로 한 생매장 살처분도 막아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동물권을 위해 연대하는 여러 단체를 접했고, 저도 동참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동물권은 인권을 확장한 개념으로, 비인간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여타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동물이 인간에 의해 일방적으로 착취되는 상황을 막고 동물을 존엄한 생명으로서 존중하는 것. 이 가치를 추구하면 할수록, ‘우리’라는 개념과 영역이 점점 커지고 좋은 가치는 멀리 퍼질 것입니다. 적극적인 행동으로서, 대전 동물 보호 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결정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동물 보호 센터를 설치 또는 위탁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 전국에 233개의 센터가 운영 중입니다. 그중 직영 센터는 61개소로 전국 284개 지자체 가운데 26.1%에 그쳤습니다. 위탁 센터는 170개소로 민간 병원을 포함하면 그 수는 많아지지만, 환경이 매우 열악합니다.

제가 사는 대전의 경우, 2011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에서 동물 보호 센터를 직접 운영해 왔습니다. 2021년 4월에는 3배 확장된 규모의 신축 건물로 이전 개원했습니다. 매년 3,000여 마리가 넘는 개체가 입소 되며, 유기 동물의 질병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자원봉사자는 유기 동물이 원래 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되기 전까지, 센터 내 생활을 돕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4월까지 봉사 활동이 중단됐습니다. 저는 5월 봉사 활동이 허용된 이후 3개월 동안 격주마다 센터로 향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을 처음 마주하다. 

유기 동물 보호소는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운영 및 관리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대전 동물 보호 센터도 지부 선정에 어려움을 겪다가, 교외 끝자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평생 대전에서 살았는데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은 정도로 낯선 장소였습니다. 첫 방문 당시 초행길이다보니 택시를 이용했는데, 기사님도 모르는 동네라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도착하면 센터 옆에 자리한 광활하고 쾌적한 반려동물 공원에 먼저 눈이 갑니다. 산책로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고 소/중/대형견으로 나뉜 놀이터와 실내 훈련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물 샤워실을 비롯해, 카페와 문화 센터까지. 주변 주민들이 꺼리는 공간이 아니라, 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게 티가 납니다.

제가 일할 곳은 공원 시설이 아니라 보호소였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컹컹거리는 소리와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주인과 함께 뛰놀며 행복해 보이는 반려견들과 달리, 낯선 사람의 등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동물들이 가득했습니다. 그 대비가 너무 명확해, 얼마간 감정이 흔들리고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잠시, 작은 소리에도 놀라 연거푸 짖는 강아지들은 안심시키기 위해 애먹었습니다. 그때마다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도록, 그 중간 다리 역할을 완수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것은 봉사인가, 힐링인가.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장갑을 챙겨 준비를 마쳤는데, 작업에 바로 투입되지 않았습니다. 통제 구역 안내, 물림 사고 방지, 동물들과 접촉할 때 주의사항 등 세세한 사전 교육을 받았습니다. 5개로 나뉜 사랑방 사이에 운동장이 연결된 구조였는데, 유기견이 섞이거나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그중 한 개의 방과 운동장을 청소하는 게 하루 업무였습니다. 사양 관리사님께 정화 시설과 청소 도구를 안내 받고 봉사자 한 분과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닥에 가득한 견분을 치우고 물청소를 한 뒤에 소독약을 뿌렸습니다. 다시 밀대로 물을 걷어 내고 하수구에 낀 털을 제거하고… 수거한 물통과 사료통을 설거지한 뒤에 다시 배치하기까지가 청소의 과정이었습니다. 깨끗해진 보호 철망 안에 차례차례 들어가는 강아지들을 보면서 절로 흐뭇했습니다. 뽀송뽀송한 담요에 몸을 누이는 모습에 감격스러움마저 들었습니다.

같이 호흡을 맞춘 봉사자는 매주 내원하는 활동가였는데, 봉사 횟수가 늘어갈수록 손발이 잘 맞아서 어느 다른 팀보다도 빨리 작업을 마치곤 했습니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봉사하는 마음과 그 원동력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적어지고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곤 합니다. 하지만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매개로, 뜻을 함께하는 동료를 찾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자발적으로 쏟는 시간은 단순히 보람됨의 증거가 아니라, 제 안의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사회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 봉사 시간이 기다려진 이유는, 저를 기다리는 것만 같은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의 사회성과 친화력을 기르기 위해 사람과 살을 맞대고 노는 시간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냥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역력을 기르고 입양 후 적응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렇게만 말하기에는 봉사자가 너무 행복해지는 30분입니다. 금세 고됐던 작업은 잊히고 말 그대로 ‘힐링 타임’을 보냈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이리 저리 뛰놀다가 공을 물어 오면 간식을 줬습니다. 배변 훈련과 지시 훈련도 잠시 하염없이 쓰다듬다보면 시간이 금방 갔던 기억이 납니다. 제 품에서 새근새근 숨을 쉬는 게 느껴질 때면 생명의 소중함을 실감하곤 했습니다. 

 

 

 

 

 

​우리가 모두를 책임질 수 있을까?

어느 날은 지난 방문 때 만났던 강아지가 저를 알아보고 철망 안에서 낑낑대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렇게 잠깐의 사랑에도 목말라하고 기억해주는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마음 한 편이 무너졌습니다. 하루빨리 좋은 가정으로 입양 갔으면 싶다가도, 다음 방문 때 또 만나서 놀고 싶어서 입양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다. 무책임한 생각이라는 것을 압니다. 사명감 없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을 속으로 욕하면서, 정작 저 자신도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제가 보살필 능력이 없어서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개개인이 모두를 책임질 수는 없는 건 당연합니다. 개인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를 제대로 갖춰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사람들의 희생이나 선의에만 기대서는 안 되고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촘촘한 그물망을 함께 짜야 할 것입니다.

사실 동물이 귀엽고 좋아서 시작한 지극히 이기적인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자꾸만 보고 싶은 마음에 발을 끊을 수가 없는 곳, 대전 동물 센터에서의 활동기였습니다. 이제는 동물 애호라는 동심원을 확장해, 진정한 의미의 동물권 신장을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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